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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속의 내집 2006년 3월호
작성자 : 율봄 등록일자 : 2013-07-03 15:00:30 조회 : 2025

 


전원 속의 내집 2006년 3월호
GREEN CULTURE - 전원에 산다

율봄식물원 최후범, 허금순 부부
“자연을 보는 감각을 높여주세요”
아름다운 자연을 눈 앞에 두고, 그 감동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안타까워 최후범, 허금순 부부는 자신들이 손수 가꿈 마당을 농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자연과 농업을 예술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부부의 의지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지고 있다. 봄을 맞아 다시 문을 열 준비를 하는 농원의 일상을 따라가 보았다. 취재: 이세정기자/ 사진:변종석기자/ 취재협조: 율봄식물원 031-798-3119 http://www.yulbom.co.kr



▲ 손수 쌓은 돌담에 기댄 부부. 이끼원 안에는 부부가 수년 가꾼 야생화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觀水洗心(관수세심) 觀花美心(관화미심),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

수양을 위한 이 옛말을 실천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가 있다. 경기도 광주 팔당호반에 위치한 율봄식물원, 광주 토박이 농사꾼 부부가 2만여평의 터에 5백여종의 야생화를 손수 가꿈 곳으로 분재와 숲, 계곡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여기선 나지막한 구릉을 따라 산책로를 걷다보면, 흐트러진 듯 본모습 그대로의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일본식 정원과는 달리, 꾸민 듯 안 꾸민 듯 천연의 모습을 살린 우리식 정원이다. 아직 겨울의 끝자락이라 본격적인 꽃구경은 하지 못하지만, 풀과 돌을 감상하며 잡념을 놓으면 마음의 때가 절로 흰 빨래처럼 헹궈내린다.


 



▲접시를 재활용해 만든 설치작품. 이러한 정크예술품은 매년 새로 바뀌어 전시된다.


 



▲돌탑이 인도하는 농원의 입구.

20년 동안 공을 들인 주인의 마음이 전해지던 차, 최후범 원장과 아내 허금순 씨를 만났다. 그들의 첫인상은 담담하고 말수가 없는 것이, 수묵화의 여백처럼 편안하다. 농원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정신적 고민들과 경제적인 고비들이 부부에게 이렇듯 평온한 표정을 남긴 것일까?


 



▲원장부부가 살고 있는 집과 도예공방. 마당은 조각상과 특이한 수형의 나무들로 어우러져 있다.

농업은 기술이며 예술이고 벤쳐다.
2001년 처음 농원 문을 열었을 때, 그들의 이상은 ‘농업을 예술로 보는 것’ 이었다. 빚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내 농업의 실정 속에서 최후범 원장은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농업예술’이란 개념은 청정의 아름다운 자연을 기반으로 농업에 예술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자연의 생태를 보존하면서, 싹을 틔워 자라고 꽃과 열매를 맺고 사그라지는 전 과정을 지켜보는 자체, 그것을 예술로 여긴다면 척박한 농업현장에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듯 했다. 보는 농업이 탄생하게 된 데는 이렇게 농촌과 농업을 고민하는 최 원장의 각별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치 좋은 계곡이라도 찾게 되면 어김없이 말하죠. 여기서 삼겹살 한 번 구워먹으면 좋겠다. 이런 곳에서 술 마시면 취하지도 않겠는 걸, 하구요. 자연을 즐기면서 이런 감상밖에 내놓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돌과 이끼, 야생화를 이용한 초대형 분경. 수공간이 어우러진 살아있는 작품이다.

우리가 자연을 먹고 노는 휴식처로만 여기는 것은 치열하게 살아왔던 아픈 과거의 유산일 수 도 있다. 하지만 최원장은 자연을 열린 마음으로 천천히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제대로 된 공간이 부족한 데 눈을 돌렸다. 마침 그동안 돼지와 양계 등 축산을 해 오던 터가 상수원보호1권역인데다 그린벨트로까지 묶여있어 환경농업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해야했다. 원예를 전공한 부인 허금순씨가 야생화를 수집하고 분재를 준비하면서 부부는 새로운 농업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 시작이 무려 20년 전이다.
물론 시작부터 순조로운 것은 아니었다. 모은 돈을 다 털어 농원을 오픈했지만, 이튿날 그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고발을 당했다. 그들이 하는 농업은 사치라는 인식 때문에, 농원 전체를 원상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 연못을 다시 메우고 공든 돌탑도 허물어야 했다. 부부가 꿈꿔왔던 예술로써의 농업은 개원 단 하루만에 묻혀버리고 만 것이다.
그로부터 2년 후, 꺽이지 않았던 그들의 의지를 세상은 받아들여 주었다. 녹생관광이나 농촌체험에 대한 인식이 생기면서 그들의 노력도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수많은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었는 정원과 부부가 손수 가꾼 분재들은 세상과 만나면서 더 큰 가치를 갖게 되었다. 부모 손을 잡고 오는 아이들은 자연체험을 하며 즐거워하고, 부부의 정원은 그들의 웃음소리와 발걸음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최원장이 겨울철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분재원.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방문객들의 체험을 위한 도예공간

야생화와 분재, 예술품이 어우서진 복합예술공간
야생화로 시작한 농원이 이제는 도자기체험관과 분재전문전시관, 천연허브비누, 아로마양초, 자연염색체험관, 장수풍뎅이체험 등 다양한 체험공간까지 늘어나게 되었다.
다양한 주제의 정원은 볼거리도 많아지고, 색다른 체험을 선사해 준다. 우선 야생화 작품을 모아둔 율봄정원과 이끼원에서는 길 따라 수많은 종류의 꽃을 즐기고 나서 흔히 접할 수 없었던 분경과 석부작, 목부작들을 볼 수 있다. 분경은 경치를 담아 이끼와 야생화 돌 등으로 꾸민 대작이다. 설악산을 모티브로 삼아 마치 살아있는 미니어처를 모는 듯 만들어 두었다. 돌을 소재로 하여 만드는 야생화 작품은 석부작이라 하며 나무에 야생화를 심어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부작이다. 이들은 원시 자연의 이미지를 그대로 연출할 수 있는 소재가 되어 준다.
이끼원의 장식들은 버려진 소품들로 꾸며져 있다. 피트병과 오래된 바퀴, 깨진 접시 등 고물들이 야생화와 어울려 메시지를 담은 예술품으로 재탄생한다. 최원장은 “정크의 소재는 무궁무진합니다. 쓰레기 활용으로 환경에도 이바지하는 것이 크겠지만, 정크 속에 담긴 메시지는 우리 농원의 정신을 대신 표현해 주고 있죠”라고 덧붙였다.


 



▲돌과 야생화가 어우러진 석부작/ 건물한켠에는 가전집기가 빈 벽을 채워 예술공간으로 변신했다.

농원 한 켠에 자리 잡은 분재공원의 작품들은 모두 수준급이다. 수낳은 수상경력이 말해주듯, 분재원에 들어서면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생김새의 분재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귀한 몸들로 분재 마니아들에겐 단골 방문지라고 한다. 날이 따뜻해지면 분재들은 비닐하우스에서 나와 정원에 전시가 된다. 위쪽 언덕으로는 계곡과 돌탑이 나오는데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오랜 세월 부부가 쌓은 돌탑을 바라보니 절로 마음이 숙연해진다. 최원장은 “돌탑을 쌓는 것은 정신 수양에 큰 도움이 된다.”며 “농원이 문을 닫는 겨울 동안에는 이렇게 돌을 쌓거나 분재를 가꾸며 보낸다”고한다.

자연을 보는 눈높이를 키워라.
이제 3월이면 농원의 문은 다시 열릴 것이다. 매해 변화된 예술작품들을 마당을 채우기 위해 부부는 오늘도 분주하다. 특희나 올해는 생태환경 프로그램인 ‘숲에서놀자’를 진행하기로 되어 있어서 아이들을 위한 눈높이 체험을 위해 농원 곳곳을 재단장하고 있다. 부부는 아이들에게 농업을 친하게 여길 수 있게하고 자연을 즐기는 방법을 전하는 것이 앞으로 농업예술이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거라고 여기고 있다.



안주인 허금순씨는 지난 해 온 손님들 중에 인상적인 두 사례를 이야기했다. “한 유치원에서 단체관람을 온 적이 있었어요. 그 중 두 아이가 농원이 마음에 들었는지 집에 가서 각자 부모들을 졸라 다시 오게 되었죠. 두 가족 다 서울에서 차를 몰고 왔는데, 한 아이의 부모는 입구에서 조르는 아이 손을 붙잡고, 돌아가더라구요. 뭐 이런데서 입장료를 받느냐며 말이죠. 또 다른 가족은 책과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서 해질 때까지 농원에서 놀다 가는데, 그 모습이 참 좋아 보였어요. 여기 놀러오는 이들은 누가 재촉하지도 않는데 1시간 휙 둘러보고, 숙제하려고 사진 찍고 메모하고 바로 가버리는 사람이 태반이에요. 자연을 즐기는 법을 어려서부터 부모가 제대로 가르쳐주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미래농업을 생각하는 그들 덕분에 자리는 이미 마련이 되어 있다. 자연을 제대로 보는 눈을 갖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몫일 것이다.



▲검단산 줄기를 타고 흐르는 계곡은 농원 한 가운데를 지난다.


 



▲돌탑을 쌓는 최후범 원장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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